[트렌드 리포트][마케터의 시선] EP.123 예전에는 CSR 이야기만 하다 요즘엔 ESG가 대세

2024-05-08

예전에는 CSR 이야기만 하다 요즘엔 ESG가 대세


얼마전에 <넥스트 자본주의, ESG>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워낙 요즘 ESG가 화두이다보니 도대체 이 단어를 중심으로 엮은 책에는 어떤 내용들을 꾹꾹 담고 있나 궁금한 마음에서 열어보았는데요. 


최근의 ESG라는 키워드와 둘러싼 여러 이슈들도 함께 살펴볼 수 있어서, 여기에서 인사이트를 얻은 이야기도 하면서 최근 ESG에 대한 국내외 트렌드를 같이 살펴보려고 합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자를 따서 만든 단어인데요. 보통 ESG 경영이라 하면 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기조를 가지고 사회적 책임 경영, 투명 경영을 하자는 내용입니다.


요즘에는 마케팅에서 ESG 라는 단어를 워낙 많이 쓰다보니 일반 소비자들도 ESG에 대해 많이 인지하고 있어요. 


소비자들이 스마트한 소비를 지향하고 환경,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왕이면 ESG를 내세우는 기업들의 제품을 사자는 움직임도 많구요.이러한 소비를 ‘미닝아웃 소비’ ‘가치소비’ 라는 카테고리로 묶여서 함께 이야기가 되고 있죠.


그러나, ESG라는 단어가 워낙 마케팅 용어로도 많이 쓰이다보니 가끔 ESG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 척’ 하는 기업들도 보이면서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합니다.


청정이 아닌데도 ‘청정’이라는 단어를 쓴다든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자원인데도 ‘클린 에너지’와 같은 표현을 쓰면서 소비자들의 생각을 오도하는 거죠. 


이런 문제는 금융권에서도 많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최근 ESG라는 단어를 둘러싸는 여러 이슈를 한번살펴볼까 해요.  




CSR과 ESG는 같을까? 다를까?  


제가  과거 증권사에 근무했을 때 홍보, 마케팅 업무를 했었는데요. 

그 때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관점으로 한창 CSR이라는 활동을 했어요.  


CSR은 말 그대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를 의미하는데요. 당시에 제가 CSR 활동이라 했던 것들은 연탄나르기, 소외된 이웃을 돕기 등 늘 하던 봉사 활동의 연장선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기업의 보여주기식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처음 ESG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CSR와 뭐가 다른가? 다 기업의 책임경영, 사회 환경을 고민하는 문제니 비용을 쓰면 되는거 아냐? 라는 생각도 했죠.


하지만, 최근 여러 자료를 통해 파악을 해보니,  CSR활동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기본적으로 CSR이라는 용어는 미국 경제학자 하워드 보웬이 1953년에 처음 이야기를 했고, 1970년대 이후부터 기업들이 사용을 했죠.  

그리고 이들은 “우리 착한 기업이에요” 를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CSR 활동을 했습니다. 


대개 이 활동들은 기업의 홈페이지, 언론 기사를 통해 뽐내기 식으로 보여주면서 다 함께 연탄을 들고 사진을 찍거나, 현수막, 플랜카드를 들고 연출하는 모습이 대다수였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일반적으로 이러한 활동은 ‘비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하지만 ESG는 조금 다릅니다. 장기적으로 수익률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기 때문에 CSR의 R(Responsibility)처럼 의무가 아닌 것이죠.  


이 개념에서 조금 더 나아가 생각을 해보면, ESG 투자에서도 사회책임투자, 착한기업 투자들과 비교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책임 투자의 경우에는 “아무리 돈 많이 벌어도 사회적으로 해로운 기업에는 투자 안해” 라는 기조라면, 

ESG 투자는 “아무리 사회적으로 좋은 일이라도 돈 안되는 기업에는 투자 안해” 의 기조입니다.


즉, 퍼주기식으로 비용을 써 가면서 하는 활동은 엄밀히 말하면 ESG에서 지향하는 바는 아니라는 거죠. 



즉 투자 관점에서 본다면 이렇게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겠죠. 결국 ESG 투자는 기업이 ESG 개선 활동을 하는 것들을 장기 수익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해서 투자자들이 참여를 하는 형태가 되는 겁니다!  이문이 남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거죠. 



결론은 ESG 투자는 “착한 투자자와 선한 기업이 만났다”라는 건 본질을 오도하는 표현이 되는 것. 왜냐면 ‘착한’이라는 수식어 자체가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남을 위해 행동한다는 희생의 뉘앙스를 좀더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히려 ESG 투자는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똑똑한 투자자와 기업의 만남으로 볼 수 있는 겁니다.  




ESG라는 이름으로 친환경 가면쓴 그린워싱 기업! 


이렇게 ESG 라는 단어가 워낙 인기를 끄니 전세계적으로 금융권에서도 ESG 펀드를 만들어 운영한다고 해서 난리였고 기업들은 죄다 ESG인척 포장하면서 돈을 긁어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나중에 민낯이 드러나서 곤혹을 치른 곳도 있습니다.


최근 기사에 나온 사례를 보면, 친환경 패션스타트업 기업인 ‘볼트 스레즈(Bolt threads)’는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와 함께 ‘비건 가죽’이라는 컨셉으로 고가의 가방을 출시했습니다.


가방이 한화로 약 470만원 상당의 가방이었는데요. 이 업체에서는 동물의 가죽이 아닌 버섯뿌리를 배양해 만든 마일로라는 명칭의 비건 가죽을 개발해서 4천억원에 달하는 거금의 투자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지난 7월 돌연 마일로 생산을 포기합니다. 알고보니 겉포장은 비건 소재를 쓰더라도 가방의 내구성을 올리기 위해 폴리우레탄, 폴리염화비닐을 섞었다는 것이 발각된 거죠. 그러니 사람들이 동물 가죽만 안 썼을 뿐 환경에 해가 되는 건 매 한가지가 아니냐 라는 클레임이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그렇듯하게 친환경을 포장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인양 포장하면서 알고보니 속이 다른 기업들의 행태를 ‘그린워싱’이라 하는데요. 영국에서 설문조사를 보니 그린워싱 상품을 보고난 후 지출금액을 줄이거나 완전히 관심을 끊는 등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선한 마음으로 소비를 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금융권에서도 국내외에 ESG라는 이름을 붙여 만든 펀드가 불티나게 판매되었지만 요즘은 철퇴를 맞고 있습니다.  


국내 조사를 보면 대다수의 ESG펀드가 KODEX200 펀드와의 편입이 비슷한 구조를 보였고, 결국 ESG 펀드는 무늬만 ESG이지 KODEX 200 펀드 사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이야기가 나왔죠. 물론 KODEX 200에 편입된 기업들이 모두가 ESG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펀드 안에 이거저거 갖다 넣었던 겁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늬만 ESG라는 의심을 받았다가 결국 들통이 났습니다. 펀드에 ESG라 이름을 붙이고 빅테크 기업들도 넣기도 했고요. 블랙록은 석탄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알고보니 세계 최대 광산업체닌 BHP와 독일의 전기 가스 공급회사 등에 8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행동주의 투자자, 블루벨 캐피털 파트너스가 블랙록 CEO인 래리핑크에게 ‘ESG 위선’으로 사퇴하라고 압력을 가했습니다. 


ESG라는 키워드가 소비자에게 먹히니 겉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안을 따져보면 ESG와 전혀 무관한 기업들이 속속 밝혀지다보니,  소비자들은 ESG 키워드를 이야기하는 기업들을 쳐다볼 때 의심과 불신을 가지는 모습도 보입니다. 




마케터의 시선 

그래서 국내에서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ESG 펀드 공시 기준을 마련해서 그린워싱을 막겠다고 예고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ESG 펀드를 만들 때에는 ESG 투자 목표를 정확히 기재하고, 투자 대상의 선정기준, 절차, ESG 평가방법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명시한 거죠. 


더불어 이후에도 ESG 펀드 성과 관리를 원칙에 맞게 하는지 ESG 전략, 목표 달성 현황도 공시를 하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금융권의 경우 규율, 규칙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개선을 하려는 움직임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실물 시장에서의 변화는 아직 멀었습니다.  

왜냐면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ESG’라는 키워드를 ‘착한 기업’이랑 동일시해서 사용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착한 기업을 돕자는 생각에 구매를 계속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낯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도덕적으로 해이한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포장을 하면서 팔 것이고 해당 상술에 놀아나는 소비자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마치 매년 석탄 나르기를 하고 소외 이웃에게 쌀을 기부하는 행위를 하고 사진을 찍어 우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식으로 포장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직은 ESG와 CSR은 같다는 생각을 하고, 이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궁금할 겁니다. 이렇게 기업의 그린워싱, 마케팅에 ESG가 언제까지 먹힐 거냐는 거죠. 이는 마치 2016년 본격적으로 시작한 미디어커머스 기업들의 성장, 쇠락과 방향을 같이합니다. 


처음에 굉장히 신박한, 독특한 아이템을 가져와 광고로 무장해 소비자들에게 팔았지만 시장에 한탕주의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이들은 품질이 떨어지고 겉만 그럴싸한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허위, 과장광고로 기만하고 배를 채웠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하고 분노해 ‘속았다’는 이야기가 SNS에서 들끓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정직하게 판매를 하던 기업들도 싸그리 ‘믿거페(믿고 거르는 페이스북제품)’이라는 취급을 받으면서 상당기간 고전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의 과열이 지난 후에는 수 십개 이상의 기업이 파산했고, 현재까지 남은 기업들은 자체 자정 활동을 하고 소비자 역시 스마트하게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과 마찬가지로 ESG 역시 과열되는 지점을 거쳐 자체적으로 인식이 바뀌는 시기를 지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