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빈집이 증가한다?
전세계적으로 요즘에 ‘빈집’ 때문에 골치아프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옵니다.
한국에서는 내 집 마련이 삶의 중장기 목표인 사람들이 꽤 많고 여전히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이 많은데, 곳곳에서 빈집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을 포함한 일본, 이탈리아의 빈집 이야기를 꺼낼까 합니다.
사실 빈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된 건 제가 약 한달 전 유튜브에서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삼부카라는 마을에 단돈 1유로에 집을 살 수 있다는 영상을 보고 막연한 꿈과 판타지를 가진 데에서 비롯됩니다.
(출처: 시칠리아 삼부카 마을, 한겨례)
영상속에 보여준 삼부카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건설한 오랜 역사를 지닌 곳으로 옛스러운 건축양식이 그대로 녹아져 있고 포도밭이 넓게 펼쳐져 있는 인구 5천명이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유럽풍의 건축 양식 특유의 미학과 여유로움으로 인해 저는 잠시 그런 생각을 했죠.
‘저런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살면 얼마나 편안할까?’
그러나 이 생각도 잠시 갑자기 엄습해오는 현실적인 질문들이 쏟아졌죠.
“그럼 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야 하지? 만약 온라인을 활용한 업무를 하게 된다면 와이파이는 빵빵할까? 배달이나 물품 구매는 원활할까?’
그래서 어쩌면 1유로 주택은 나처럼 젊고 아직까지 일할 에너지가 넘쳐나는 청년들을 위한 장소라기 보다는 은퇴한 노년에 편하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는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일을 하는 나이, 한참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청년 혹은 중년 층은 굳이 지방도시나 시골 마을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 한국만 해도 지나치게 비대한 수도권 인구 규모를 보면 이를 반증해준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국내의 지방도시는 현재 사람이 줄어들고 빈집이 증가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출처: 경북 의상군 탑리역 앞 빈집, 중앙일보)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를 보면 2022년의 빈집은 6만6024채로 최근 5년 사이에 70%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가장 빈집이 많은 곳은 전남으로 1만 6310채가 빈집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경북, 전북, 경남 순이었는데요. 대체로 1만채 내외가 빈집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빈집이 오래 방치되면 사실 여러 면에서 좋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외관상 경관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범죄 장소로 악용될 리스크도 있고, 건물 붕괴 화재와 같은 안전사고에도 취약하게 됩니다. 또한 관리 부재로 악취 등 환경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처럼 빈집을 그대로 두었을 때의 여러 사회 문제를 줄이기 위 해 각 지방에서는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시골로 이주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바로 ‘월세 1만원 프로젝트’ 입니다. 아마 이 프로젝트는 네덜란드에서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한 ‘1유로 프로젝트’에서 따온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내용은 조금 다릅니다.
1유로 프로젝트의 경우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의 유럽 국가에서 빈집을 1유로에 판매하는 프로젝트인데요. 버려진 집을 구매자가 1유로에 매입한 후 3년 내에 리모델링을 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됩니다. 주택 가격은 1유로이지만 실제 담보를 위해 5천유로(740만원)을 보증금으로 지불해야 하고요. 3년 내에 리모델링을 마칠 경우 보증금은 돌려받게 됩니다. 그러나 살 수 있는 집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외부 개보수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1만5천 유로 (1,915만원) 정도 비용을 써야 한다고 합니다.
정리해보면 싸게 빈집을 구매했지만 3년 내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 방치해 두면 약간의 패널티 같은 비용으로 보증금 5천 유로는 날리는 거고요. 3년내에 리모델링을 하면 약 2천만원의 비용을 써야 하는 거죠. 이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고쳐서 써라에 목적이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하는 1만원 월세 프로젝트는 주택 매수자를 구하는게 아니라 임차인을 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를 위해 각 지방에서는 빈집을 소유한 사람들로 부터 5-7년 장기 무상 임대 계약을 하게 되고요. 지방정부에서 한 채당 5-7천만원 정도 들여 올수리를 한 후 이주 도시민에게 5-7년 장기 임차 계약을 하는 구조입니다.
따져보면 지방에서 비용을 다 대고 보증금 없이 농촌 이주민에게 월 1만원만 받으니까 목적은 지방에 내려와서 거주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프로젝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정말 좋은 프로젝트입니다. 왜냐하면 월 1만원만 내고 5년을 쓴다고 해도 실제 드는 월세는 60만원 정도니까요, 서울 도심 내의 원룸이 1천/60만원으로 계약되는 것을 볼 때 말도 안되게 싼 금액입니다. 그만큼 지방 정부에서는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안감힘을 쓰는것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지역별로 어떤 프로젝트들이 있을까?
그렇다면 각 지방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월세1만원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을까요?
우선 전남 강진군에서 아이돌 출신(2AM)의 정진운씨를 언론기사에서 홍보를 하면서 빈집 프로젝트가 상당히 바이럴이 되었습니다. 강진군에서는 ‘강진품애’라는 빈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빈집 리모델링을 한 후 도시민에게 임대하는 사업의 제 2호 집을 정진운씨가 얻게 된 겁니다.
(출처: 전남 강진군, 위키트리)
강진군에서의 월세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귀농, 귀촌 원스톱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농어촌 개발 추진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입주민을 선정할 때 기준을 귀농귀촌인, 농산어촌 유학인들에게 우선 제공한다는 것을 보면 프로젝트의 취지를 알 수 있죠. 추가적으로 살펴보니 강진군에서는 총 42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빈집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했고, 4가구 공사가 종료되어 일부 입주가 이루어졌습니다.
강원도 원주시에서는 이민 1세대가 한국에 들어오면 머물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로 come on wonju(컴온 원주) 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빈집을 정비해 소액만 받고 제공하려고 한다는데요. 이민 1세를 받는다는 것은 아마도 은퇴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입주민을 늘린다는 취지로 보여집니다.
경북 경주시의 경우에는 도심 속의 빈집을 활용해서 마을 호텔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호텔, 리조트와 같은 시설에 머물지 않고 아예 도심 속에 주민들이 살았던 공간에 머물면서 체험을 하자는 컨셉이죠. 경주시의 빈집 프로젝트 목적은 관광객의 체험 극대화에 목표를 두었다고 보여집니다.
대전의 경우 올해 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빈집을 아예 헐어서 편의시설을 만들 계획입니다. 임대 사업이나 관광사업의 목적이기 보다 빈집을 구입해 주차장, 쉼터, 텃밭을 조성한다고 하니 기존 주민들을 위한 시설을 확충한다는데 그 목적이 있어 보입니다.
(출처: 대전 도심의 방치된 빈집, 중앙일보)
충남 청양군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72억원의 비용을 들여 빈집 정비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30개동의 빈집을 우선 리모델링 하면서 가구당 7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보일러 교체, 지붕, 부엌, 화장실을 개량하고 내외부 마감 공사를 진행한다고 하는데요. 청양군의 입주민의 조건을 살펴보면 지방 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청년, 신혼부부를 우선으로 모집하는 것 같습니다. 18-45세 이하의 청년,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 신혼부부라든지 예비 신혼부부가 그 대상이거든요.
각 지방에서 추진하는 ‘월세 1만원 프로젝트’ 혹은 ‘빈집 프로젝트’는 각 지역에서 추진하는 목표가 뚜렷합니다. 모두가 귀농귀촌인을 바라기 보다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도시인구의 유입을 꾀하는데 목적이 있어 보이네요. 그렇게 해서 올해 전국의 빈집 1677개 동을 헐거나 재활용하는 사업이 진행될 모양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사실 빈집은 일본이 우리를 앞서갑니다. 고령화를 우리보다 먼저 맞이했고 빈집의 규모도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일본에서는 빈집을 아키야(空家)라고 부릅니다. 아키야는 주인이 사망하거나 상속인이 빈집에 대해 관리를 거부할 경우에 방치되는 주택을 의미합니다. 유령주택이라 할 수 있죠.
일본의 아키야는 2018년 기준으로 약 850만채로 전체 14%를 차지했다가, 2024년 EPA 통신의 보도를 보면 1천만 채로 증가했습니다. 노무라연구소에서의 전망을 보면 아키야는 꾸준히 증가해서 2038년경에는 일본 전체 주택의 31%가 빈집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현재 인구의 10%가 80세 이상의 고령자이기 때문에 아키야의 증가 속도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2040년 경이 되면 일본의 896개 지자체가 소멸할 것으로 예측될 정도이지요. 또한 이 시기 일본의 주택 수요는 2010년 대비해서 33%가 줄지만 공급은 50% 이상 급감하게 되면서 주택 수요 불균형도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일본의 데이터를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우리 역시 일본과 같이 빠르게 늙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지방도시 뿐만 아니라 도심의 빈집 증가도 이슈긴 합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에서는 아키야에 대한 대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 빈집 구매시 세금을 감면하거나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한다든지 고령화가 심한 교토시의 경우에는 2026년부터 아예 빈집 1만 5천 채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죠.
보조금을 지원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빈집의 경우 매우 저렴하기는 하지만 세금, 수리비 이슈가 있어 수요가 적은 부분을 메우기 위한 전략적인 대응으로 보이고요. 세금을 부과한다는 뜻은 정말 거주할 생각 없으며 방치하지 말고 매매하든지 혹은 개조하라라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래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제한을 상당히 완화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전략적으로 외국인의 아키아 투자를 유도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의 빈집을 사서 개조를 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일본의 전통적인 다다미, 목욕통, 기와 등을 활용해서 생활공간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관광객 대상 홈스테이 사업을 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해요.
(출처: 일본 가나가와현 목조 주택, 연합뉴스)
그러나 한가지 이슈도 있긴 합니다. 일본의 빈집의 경우 오랫동안 방치되었을 경우 단순 개보수를 해서 사용할 수 있느냐는 거죠. 오래된 빈집은 목조건물이 많은데요, 건축기준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집일 경우 내진설계가 취약해 안전성 이슈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개보수에 비용이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빈집을 허물 경우 철거비 폐기물 처리비가 국가예산에서 나가게 되니 이래저래 일본 정부도 빈집 처리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마케터의 시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각에서 정리해 보자면 빈집 프로젝트가 실제 효과성을 가질 수 있느냐입니다.
국내에 데이터를 찾아보니 대출을 포함하여 본인 소유의 자가 주택은 약 57% 정도이고 전월세 포함 거주자는 42% 정도가 됩니다. 그러나 대체로 돈이 없어 세를 내고 살더라도 도시 편중 현상이 심각합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구 밀도가 집약이 되어 있는데요.
수도권에 거주해야 직업활동, 문화활동, 생활의 편의와 같은 각종 혜택을 지방보다 훨씬 많이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실제 그렇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꾸준히 유입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수도권 과밀로 인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빠져나온 전국의 226개 시군구 중에서 앞으로 소멸위험 지역은 118곳으로 절반이나 넘는다고 합니다. 소멸위험 지역이란 20-39세 여성의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 0.5 미만으로 나올 때 소멸 위험이 있다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 인구를 기준으로 거주인구가 현저히 떨어질 경우 인구 제로로 간다고 보기 때문에 소멸위험 지역이라 하는 것이죠.
한국은 출산율 자체도 세계 최저이다보니 인구 감소에 대한 문제는 농촌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이긴 합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인구 감소가 지속되면 일본의 모습처럼 빈집의 증가세는 훨씬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유럽의 어느 지역은 그래서 아예 1유로 프로젝트를 아예 신혼부부, 가임기 부부, 자녀가 있는 부부를 대상으로만 적용한다고 합니다. 인구 증가와 실제 마을의 활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죠.
이에 비해 우리 나라에서는 아예 정부, 지자체의 예산을 투입해 빈집을 예쁘게 개조한 다음 월세를 준다고 하는데, 신혼 부부, 청년층을 대상으로 유입을 한다고 할 경우 이들은 당장은 낮은 임대료로 유입이 될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어느정도일지는 고민이 되는 포인트입니다. 평균 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할 경우 100가구를 위한 집을 개조하기 위해 50억원을 예산으로 써야 합니다.
그러나 100가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5년간의 임차료는 6천만원 수준이죠. 지자체 입장에서는 ‘투자’의 개념으로 보겠지만, 5년 이후에도 꾸준히 거주를 하면서 마을이 활성화되는데데 충분한 예산이 투입될 수 있는지, 앞으로도 계속 예산을 써 가면서 빈집을 개조해서 내놓아야 하는지 등등 논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 일본 도쿄의 빈집, EPA 연합뉴스)
한 마을에 10가구가 증가한다고 해서 해당 마을에 편의시설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개선될 것이며, 기존에 도시지역에 거주했던 사람들이 5년 뒤에 마음을 바꿔 이탈할 리스크는 얼마나 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사업같아 보입니다. 아마 그래서 빈집이 1천만채 넘게 있는 일본 정부도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되네요.
월세 1만원 프로젝트가 정말 롱런할 수 있을까요?
#빈집 #월세프로젝트 #1유로프로젝트 #이은영대표 #마케터의시선 #마케돈 #리브랜드 #leebrand #리브랜드연구소
전국의 빈집이 증가한다?
전세계적으로 요즘에 ‘빈집’ 때문에 골치아프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옵니다.
한국에서는 내 집 마련이 삶의 중장기 목표인 사람들이 꽤 많고 여전히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이 많은데, 곳곳에서 빈집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을 포함한 일본, 이탈리아의 빈집 이야기를 꺼낼까 합니다.
사실 빈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된 건 제가 약 한달 전 유튜브에서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삼부카라는 마을에 단돈 1유로에 집을 살 수 있다는 영상을 보고 막연한 꿈과 판타지를 가진 데에서 비롯됩니다.
(출처: 시칠리아 삼부카 마을, 한겨례)
영상속에 보여준 삼부카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건설한 오랜 역사를 지닌 곳으로 옛스러운 건축양식이 그대로 녹아져 있고 포도밭이 넓게 펼쳐져 있는 인구 5천명이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유럽풍의 건축 양식 특유의 미학과 여유로움으로 인해 저는 잠시 그런 생각을 했죠.
‘저런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살면 얼마나 편안할까?’
그러나 이 생각도 잠시 갑자기 엄습해오는 현실적인 질문들이 쏟아졌죠.
“그럼 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야 하지? 만약 온라인을 활용한 업무를 하게 된다면 와이파이는 빵빵할까? 배달이나 물품 구매는 원활할까?’
그래서 어쩌면 1유로 주택은 나처럼 젊고 아직까지 일할 에너지가 넘쳐나는 청년들을 위한 장소라기 보다는 은퇴한 노년에 편하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는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일을 하는 나이, 한참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청년 혹은 중년 층은 굳이 지방도시나 시골 마을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 한국만 해도 지나치게 비대한 수도권 인구 규모를 보면 이를 반증해준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국내의 지방도시는 현재 사람이 줄어들고 빈집이 증가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출처: 경북 의상군 탑리역 앞 빈집, 중앙일보)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를 보면 2022년의 빈집은 6만6024채로 최근 5년 사이에 70%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가장 빈집이 많은 곳은 전남으로 1만 6310채가 빈집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경북, 전북, 경남 순이었는데요. 대체로 1만채 내외가 빈집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빈집이 오래 방치되면 사실 여러 면에서 좋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외관상 경관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범죄 장소로 악용될 리스크도 있고, 건물 붕괴 화재와 같은 안전사고에도 취약하게 됩니다. 또한 관리 부재로 악취 등 환경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처럼 빈집을 그대로 두었을 때의 여러 사회 문제를 줄이기 위 해 각 지방에서는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시골로 이주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바로 ‘월세 1만원 프로젝트’ 입니다. 아마 이 프로젝트는 네덜란드에서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한 ‘1유로 프로젝트’에서 따온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내용은 조금 다릅니다.
1유로 프로젝트의 경우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의 유럽 국가에서 빈집을 1유로에 판매하는 프로젝트인데요. 버려진 집을 구매자가 1유로에 매입한 후 3년 내에 리모델링을 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됩니다. 주택 가격은 1유로이지만 실제 담보를 위해 5천유로(740만원)을 보증금으로 지불해야 하고요. 3년 내에 리모델링을 마칠 경우 보증금은 돌려받게 됩니다. 그러나 살 수 있는 집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외부 개보수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1만5천 유로 (1,915만원) 정도 비용을 써야 한다고 합니다.
정리해보면 싸게 빈집을 구매했지만 3년 내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 방치해 두면 약간의 패널티 같은 비용으로 보증금 5천 유로는 날리는 거고요. 3년내에 리모델링을 하면 약 2천만원의 비용을 써야 하는 거죠. 이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고쳐서 써라에 목적이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하는 1만원 월세 프로젝트는 주택 매수자를 구하는게 아니라 임차인을 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를 위해 각 지방에서는 빈집을 소유한 사람들로 부터 5-7년 장기 무상 임대 계약을 하게 되고요. 지방정부에서 한 채당 5-7천만원 정도 들여 올수리를 한 후 이주 도시민에게 5-7년 장기 임차 계약을 하는 구조입니다.
따져보면 지방에서 비용을 다 대고 보증금 없이 농촌 이주민에게 월 1만원만 받으니까 목적은 지방에 내려와서 거주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프로젝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정말 좋은 프로젝트입니다. 왜냐하면 월 1만원만 내고 5년을 쓴다고 해도 실제 드는 월세는 60만원 정도니까요, 서울 도심 내의 원룸이 1천/60만원으로 계약되는 것을 볼 때 말도 안되게 싼 금액입니다. 그만큼 지방 정부에서는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안감힘을 쓰는것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지역별로 어떤 프로젝트들이 있을까?
그렇다면 각 지방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월세1만원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을까요?
우선 전남 강진군에서 아이돌 출신(2AM)의 정진운씨를 언론기사에서 홍보를 하면서 빈집 프로젝트가 상당히 바이럴이 되었습니다. 강진군에서는 ‘강진품애’라는 빈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빈집 리모델링을 한 후 도시민에게 임대하는 사업의 제 2호 집을 정진운씨가 얻게 된 겁니다.
(출처: 전남 강진군, 위키트리)
강진군에서의 월세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귀농, 귀촌 원스톱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농어촌 개발 추진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입주민을 선정할 때 기준을 귀농귀촌인, 농산어촌 유학인들에게 우선 제공한다는 것을 보면 프로젝트의 취지를 알 수 있죠. 추가적으로 살펴보니 강진군에서는 총 42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빈집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했고, 4가구 공사가 종료되어 일부 입주가 이루어졌습니다.
강원도 원주시에서는 이민 1세대가 한국에 들어오면 머물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로 come on wonju(컴온 원주) 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빈집을 정비해 소액만 받고 제공하려고 한다는데요. 이민 1세를 받는다는 것은 아마도 은퇴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입주민을 늘린다는 취지로 보여집니다.
경북 경주시의 경우에는 도심 속의 빈집을 활용해서 마을 호텔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호텔, 리조트와 같은 시설에 머물지 않고 아예 도심 속에 주민들이 살았던 공간에 머물면서 체험을 하자는 컨셉이죠. 경주시의 빈집 프로젝트 목적은 관광객의 체험 극대화에 목표를 두었다고 보여집니다.
대전의 경우 올해 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빈집을 아예 헐어서 편의시설을 만들 계획입니다. 임대 사업이나 관광사업의 목적이기 보다 빈집을 구입해 주차장, 쉼터, 텃밭을 조성한다고 하니 기존 주민들을 위한 시설을 확충한다는데 그 목적이 있어 보입니다.
(출처: 대전 도심의 방치된 빈집, 중앙일보)
충남 청양군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72억원의 비용을 들여 빈집 정비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30개동의 빈집을 우선 리모델링 하면서 가구당 7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보일러 교체, 지붕, 부엌, 화장실을 개량하고 내외부 마감 공사를 진행한다고 하는데요. 청양군의 입주민의 조건을 살펴보면 지방 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청년, 신혼부부를 우선으로 모집하는 것 같습니다. 18-45세 이하의 청년,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 신혼부부라든지 예비 신혼부부가 그 대상이거든요.
각 지방에서 추진하는 ‘월세 1만원 프로젝트’ 혹은 ‘빈집 프로젝트’는 각 지역에서 추진하는 목표가 뚜렷합니다. 모두가 귀농귀촌인을 바라기 보다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도시인구의 유입을 꾀하는데 목적이 있어 보이네요. 그렇게 해서 올해 전국의 빈집 1677개 동을 헐거나 재활용하는 사업이 진행될 모양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사실 빈집은 일본이 우리를 앞서갑니다. 고령화를 우리보다 먼저 맞이했고 빈집의 규모도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일본에서는 빈집을 아키야(空家)라고 부릅니다. 아키야는 주인이 사망하거나 상속인이 빈집에 대해 관리를 거부할 경우에 방치되는 주택을 의미합니다. 유령주택이라 할 수 있죠.
일본의 아키야는 2018년 기준으로 약 850만채로 전체 14%를 차지했다가, 2024년 EPA 통신의 보도를 보면 1천만 채로 증가했습니다. 노무라연구소에서의 전망을 보면 아키야는 꾸준히 증가해서 2038년경에는 일본 전체 주택의 31%가 빈집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현재 인구의 10%가 80세 이상의 고령자이기 때문에 아키야의 증가 속도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2040년 경이 되면 일본의 896개 지자체가 소멸할 것으로 예측될 정도이지요. 또한 이 시기 일본의 주택 수요는 2010년 대비해서 33%가 줄지만 공급은 50% 이상 급감하게 되면서 주택 수요 불균형도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일본의 데이터를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우리 역시 일본과 같이 빠르게 늙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지방도시 뿐만 아니라 도심의 빈집 증가도 이슈긴 합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에서는 아키야에 대한 대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 빈집 구매시 세금을 감면하거나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한다든지 고령화가 심한 교토시의 경우에는 2026년부터 아예 빈집 1만 5천 채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죠.
보조금을 지원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빈집의 경우 매우 저렴하기는 하지만 세금, 수리비 이슈가 있어 수요가 적은 부분을 메우기 위한 전략적인 대응으로 보이고요. 세금을 부과한다는 뜻은 정말 거주할 생각 없으며 방치하지 말고 매매하든지 혹은 개조하라라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래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제한을 상당히 완화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전략적으로 외국인의 아키아 투자를 유도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의 빈집을 사서 개조를 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일본의 전통적인 다다미, 목욕통, 기와 등을 활용해서 생활공간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관광객 대상 홈스테이 사업을 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해요.
(출처: 일본 가나가와현 목조 주택, 연합뉴스)
그러나 한가지 이슈도 있긴 합니다. 일본의 빈집의 경우 오랫동안 방치되었을 경우 단순 개보수를 해서 사용할 수 있느냐는 거죠. 오래된 빈집은 목조건물이 많은데요, 건축기준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집일 경우 내진설계가 취약해 안전성 이슈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개보수에 비용이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빈집을 허물 경우 철거비 폐기물 처리비가 국가예산에서 나가게 되니 이래저래 일본 정부도 빈집 처리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각에서 정리해 보자면 빈집 프로젝트가 실제 효과성을 가질 수 있느냐입니다.
국내에 데이터를 찾아보니 대출을 포함하여 본인 소유의 자가 주택은 약 57% 정도이고 전월세 포함 거주자는 42% 정도가 됩니다. 그러나 대체로 돈이 없어 세를 내고 살더라도 도시 편중 현상이 심각합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구 밀도가 집약이 되어 있는데요.
수도권에 거주해야 직업활동, 문화활동, 생활의 편의와 같은 각종 혜택을 지방보다 훨씬 많이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실제 그렇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꾸준히 유입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수도권 과밀로 인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빠져나온 전국의 226개 시군구 중에서 앞으로 소멸위험 지역은 118곳으로 절반이나 넘는다고 합니다. 소멸위험 지역이란 20-39세 여성의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 0.5 미만으로 나올 때 소멸 위험이 있다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 인구를 기준으로 거주인구가 현저히 떨어질 경우 인구 제로로 간다고 보기 때문에 소멸위험 지역이라 하는 것이죠.
한국은 출산율 자체도 세계 최저이다보니 인구 감소에 대한 문제는 농촌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이긴 합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인구 감소가 지속되면 일본의 모습처럼 빈집의 증가세는 훨씬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유럽의 어느 지역은 그래서 아예 1유로 프로젝트를 아예 신혼부부, 가임기 부부, 자녀가 있는 부부를 대상으로만 적용한다고 합니다. 인구 증가와 실제 마을의 활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죠.
이에 비해 우리 나라에서는 아예 정부, 지자체의 예산을 투입해 빈집을 예쁘게 개조한 다음 월세를 준다고 하는데, 신혼 부부, 청년층을 대상으로 유입을 한다고 할 경우 이들은 당장은 낮은 임대료로 유입이 될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어느정도일지는 고민이 되는 포인트입니다. 평균 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할 경우 100가구를 위한 집을 개조하기 위해 50억원을 예산으로 써야 합니다.
그러나 100가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5년간의 임차료는 6천만원 수준이죠. 지자체 입장에서는 ‘투자’의 개념으로 보겠지만, 5년 이후에도 꾸준히 거주를 하면서 마을이 활성화되는데데 충분한 예산이 투입될 수 있는지, 앞으로도 계속 예산을 써 가면서 빈집을 개조해서 내놓아야 하는지 등등 논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 일본 도쿄의 빈집, EPA 연합뉴스)
한 마을에 10가구가 증가한다고 해서 해당 마을에 편의시설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개선될 것이며, 기존에 도시지역에 거주했던 사람들이 5년 뒤에 마음을 바꿔 이탈할 리스크는 얼마나 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사업같아 보입니다. 아마 그래서 빈집이 1천만채 넘게 있는 일본 정부도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되네요.
월세 1만원 프로젝트가 정말 롱런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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